듄(Dune)(1963~1985)


  Frank Herbert의 길고 긴 대하 역사 드라마 SF 소설이다. 몇만년쯤 되는 시간에 대해 쓰고 있고 배경은 어떤 은하계. 광대하다 못해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주 무대는 소설의 제목과도 같은 dune이라는 행성이다. 수많은 문화와 역사, 사람들을 참조하여 쓰여졌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약간 백과사전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디테일이 상세하다. 주인공이 되는 가문 아트레이드는 이집트의 파라오와 미케네의 아가멤논의 후손이라는 설정이므로 지구의 먼, 먼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이 내리는 결정 하나에 대한 의미를 재고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책. 단기에 유용한 결정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나쁘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시간도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놓고 볼 때 단기적이 될 수 있다. 인류는 과연 얼마나 존속하길 바라는가? 인간이 내다보는 시간은 얼마일까. 우리의 생애는 고작 100년도 안되는데 우리는 우리의 유전자 속에 정말로 기억되고 있을까? 유전자가 존속되면 우리도 존속한다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그리는 것처럼 조상들의 기억을 모두 깨울 수 있는자가 과연 나타날까, 그 때가 되면 후손의 몸 속에서 다시 깨어날 수 있는걸까- 그럴리가.

  듄은 모래행성이며, 인간이 살아남기에 부적합하다. 따라서 우주에서 가장 강한 민족이 자라날 수 있었다. 지하드가 일어나고 강한 민족 프레멘은 우주를 정복한다. 고대 우리는 모두 전사였으며 살아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벼뤘다. 말랑말랑한 센티멘탈리즘따윈 사치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본성이 잔혹하며 낭비를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쟎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으니까. 살아있는 지금의 인류들은 솎아진 사람들의 후손이다. 하지만 물질이 풍족해지면서 인류는 나태해졌다. 과연 이대로도 발전할 수 있을까? 인간은 편리하고 평온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그것은 올바른 길일까? 개인적으로도, 집단적으로도. 우리는 고통속에서 더욱 날카롭게 벼려질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가혹한 환경에 노출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편, 배경이 은하계가 되어도 여러가지 이익집단들은 반드시 존재하며 각자 무기로 삼고 있는 것이 다르다. 우선 항성간 운행을 맡고 있는 '조합', 행성을 지배하는 대가문들의 집단 '랜스그라드', 여러 문제에 대한 컨설팅, 역사가, 지도자 교육, 배우자 제공 등을 하며 우성 교배실험을 수행중인 여자들의 집단 '베네-게세리트', 전자, 기계공학 등 기술담당 '익스', 생체 실험 등 비틀린 과학 수행지 '틀레이랙스', 거대 주식회사 '초암', 그리고 황제의 가문 - 처음에는 코리노, 나중에는 아트레이드.

  이 은하계에서 돈보다 중요한 물질은 멜란지라고도 불리는 스파이스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전 우주를 통틀어 듄에서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노화방지력을 가지고 있으며 과량 섭취시 예지력을 가질 수 있는 potential이 있는 사람에게 미래의 커튼을 벗겨준다. 주인공이 되는 아트레이드 가문은 베네-게세리트가 90세대에 걸쳐 수행해 온 교배실험의 가장 중요한 가문이며, potential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예지력을 가지게 되며, 프레멘을 지휘하여 코리노로부터 황제의 자리를 빼앗는다.

  조합은 운송력을, 랜스그라드는 정치력을, 베네게세리트는 종교와 신비주의, 배후의 힘을, 초암은 돈을, 익스와 틀레이랙스는 기술을, 황제는 절대적 군사력과 예지력을 바탕으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우주를 이끄려고 한다. 권력을 가진 집단의 목적을 향한 첨예한 대립. 말단이지만 결국 맡은 일에 대해서 전체를 대표하는 집단의 개인의 성향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상대방의 동기를 읽어내면 속임수 속의 속임수, 수레바퀴 속의 수레바퀴를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속임수를 써 성취하려고 하는 큰 물결-목적을 선택하는 자들은 자신의 결정의 미래를 알고 있는걸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내다보고 있는걸까-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요소를 탐구해 볼 수 있는 책. 모든 성향의 사람들이 나오며,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관점을 배울 수 있다. 한편 환경과 생태학, 생물학, 인류학, 과학철학, 철학, 신학, 종교학, 윤리학, 문학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상식을 필요로 하며, 읽는 동안 쌓거나 생각해볼수도 있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광활한 은하계에 퍼진 인류(또는 진화한 어떤 것)의 미래를 누빌 수 있다. 6부작, 23권, 영화와 TV시리즈물로 제작되었으며 개인적으로는 2003년작 children of dune(책 3부에 해당)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상의 수상작. 다른 문학/영화/음악 등에 큰 영향을 미친 SF의 고전.

by yves | 2008/10/08 22:18 | C | 트랙백 | 덧글(0)

데지레(Desirée) (1951)


  매력적인 겉표지로 맘을 사로잡아 읽었던 책. Bernardine Eugénie Desirée Clary (Queen Desideria)의 일기 형식으로 쓰여진 글로, 안네마리 셀린코의 처녀작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faction. 하지만 상당히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것으로 보인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로, 2000만부 이상 판매되었다. 아름다운 문장과 흐름을 잃지 않는 글, 생생한 시대배경이 놀랍다.

  시대배경은 프랑스 대혁명 이후 로베스피에르의 공포정치에서 나폴레옹 이후 제정부활까지로,  중간계급인 실크 상인의 딸로 태어나 일세를 살았던 아가씨의 눈으로 지켜본 역사를 현실마냥 바라볼 수 있다. 역사의 세세한 부분보다는 당시 일반시민의 심리를 엿볼 수 있다. 주인공은 시민에서 장군, 원수의 부인으로, 왕비의 동생으로, 마침내 스웨덴과 노르웨이의 Queen이 되면서도 자신의 근본을 잃지 않고 역사를 바라본다. 현명하고 솔직하고 침착한 그녀는 너무나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데지레 클라리는 실존 인물로 실제로 나폴레옹의 첫번째 약혼녀였다. 언니 쥘리 클라리와 나폴레옹의 형 조제프 보나파르트는 결혼하였으므로 나폴레옹과의 긴 관계 속에서 사돈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나폴레옹과 조제핀이 약혼한 후, 데지레는 프랑스의 시민장군 Jean-Baptiste Bernadotte와 결혼하였으며, 베르나도트는 후에 나폴레옹의 16원수 중 1인이 되므로 마담 르 마레샬로 궁정에 출입할 자격이 있었다. 그녀는 나폴레옹의 대관식에서 조제핀 옆에서 손수건을 들고있었다. 한편 나폴레옹과 베르나도트, 데지레는 모두 프랑스의 중간계급 또는 그 이하의 출신이었다. 


  나폴레옹은 익히 알다시피 장군이 된 후 뛰어난 용병술로 유럽을 석권하고 자신은 프랑스의 황제로, 자신의 형제 - 조제프를 비롯한 뤼시앵, 루이, 등등 - 들을 모두 왕으로 만든다. 조제핀과 이혼 후 전통적 왕가였던 오스트리아의 합스부르크의 마리-루이즈 공주와 다시 결혼한다. 그러나 러시아의 기후에 무릎꿇은 후 몰락, 엘바로 귀향당해 재기를 꿈꾸지만, 워털루에서 유명한 패배를 겪은 후 꽃이 피지 않는 세인트 헬레나 섬에서 죽었다. 항복을 뜻하는 그의 칼은 스웨덴 왕비의 자격으로 데지레가 받았다.

  장-바티스트 베르나도트는 나폴레옹이 제 1통령이 되기 전, 그 위치를 프랑스 의회에서 제안받기도 했었으며, 거절한 후에도 유능한 장군으로서 나폴레옹 휘하의 원수가 된다. 독일지방을 주로 다스렸으며, 그때 보인 뛰어난 인망과 통치력으로 스웨덴의 바사 왕조의 맥이 미친병으로 인해 끊어져가자 스웨덴-노르웨이 왕가로의 입양을 제안받는다. 선왕 사망 후 카를14세가 되며, 데지레와의 사이에서 둔 유일한 아들 오스칼 1세가 그 뒤를 잇게된다. 오스칼의 godfather은 바로 나폴레옹이며 이름또한 나폴레옹이 지었다. 오스칼은 조제핀의 손녀인 조제핀과 결혼하며 5자녀를 두고 그들은 유럽왕가로 흩어진다. 

  스웨덴은 노르웨이를 독립시키게 되지만 지금도 베르나도트 왕가는 이어지고 있으며 현왕 카를 16세는 이들의 직계 7대손이다. 위의 사진은 가장 젊은 왕자이다. 한편 나폴레옹은 조제핀과의 사이에서 아이가 없었으며, 합스부르크가의 마리-루이즈와의 사이에서 나폴레옹 2세를 두지만, 몰락 이후 마리-루이즈는 다시 오스트리아에 보호를 요청하며, 외조부에 의해 아이의 이름은 카를로 바뀌며, 성도 없어진다. 호적에서도 아버지의 이름은 사라진다. 

  "데지레, 기억하시오. 나는 시궁창에 떨어진 것은 줍지 않소. 그게 왕관이라고 할지라도."
  "당신이 특별히 미인인 것도 아닌데 우리 세대의 가장 힘있는 두 남자가 당신을 사랑하다니 이상한 일이에요."

  혼란기의 프랑스, 비슷한 배경을 가졌던 두 젊은 장군의 미묘한 엇갈린 운명과 선택, 그 사이에 오래도록 존재했던 평화의 성모, 오랫동안 소망해온 사람이라는 뜻의 Queen 데시데리아의 이야기.

by yves | 2008/10/08 18:19 | A | 트랙백 | 덧글(0)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1979)

 

  사진을 찍어둔다는 걸 깜빡해서 저사진밖에 없다. by Douglas Adams

  이 책은 뜬금없음에서 시작해서 뜬금없음으로 끝난다. 일단 장르는 SF인 척하지만 영문과출신이 쓰신 관계로 전혀 과학적 근거가 없는.. 아 물론 원래 SF가 그렇다지만 정말 전혀 개연성없는 전제를 사용한 책이다. 5권으로 정리되어 나왔는데 애초에 책으로 쓰려고 나온게 아니라 라디오드라마대본으로 나왔다고 한다. 따라서 5권간의 상관관계는 매우 희미하고 인과관계도 매우 희미하고 어쨌거나 모든 책의 결말은 엉망진창이다. 작가가 살다간 인생같다.

  이 책이 어려운 이유는, 일단 작가가 말하려 하는 바(가 있는지 없는지도 무척 헷갈린다)가 '인생 별거 없다'이기 때문이다. 스케일이 정말 큰 어떤 일이 터졌는데 사실 그 일이 터지게 된 이유도 무척 하찮고, 끝나는 이유도 무척 하찮다. 항상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말을 입속으로 뇌이게 만드는 이야기다.

  어쨌거나 무척 우습다. 자기에 대해서만 시니컬하게 비웃는 영국식유머가 빛을 발한다. 수많은 일을 겪은 끝에 인생 달관한 아서덴트, 무척 현명한 것 같고 많은 일을 하지만 사실 무슨 생각을 하고는 있는지 의심스러운 포드 프리팩트, 아무생각도 없고 아무생각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의심되는 과거를 가진 자포트 비블브락스, 제일 용감하고 과감하고 현명한 트릴리언. 그리고 세상에서 제일 우울하고 똑똑한 로봇 마빈이 나온다.

  아, 영화를 보고 궁금했던 페튜니아 화분의 "Oh, no. Not Again-_-"이라는 대사는 이해할 수 있었다.

  다 읽고 났더니.. 정말로 잠이왔다. 3주쯤 지나니까 정신이 돌아온 것 같다. 아무튼 우울할 때 다시 읽을 용의는 있다.

by yves | 2008/10/08 17:34 | A# | 트랙백 | 덧글(0)

The Man From Earth (2007)

  Richard Schenkman이라는 듣도보도 못한 감독의 영화다. K-PAX와 비슷한 류의 SF영화인데, 저예산 영화다. 상상력만 가지고 만든 영화다. 밑에 히치하이커영화와는 비교도 안될만큼 저예산이라는 것이 팍팍 느껴진다. 그도그럴것이 배경은 집 한 채, 것도 다 나오는 것도 아니고 거실이랑 방한쪽 정도가 전부니까.

포스터

  인간은 모두 다 다르다. 한날 한시에 똑같은 유전자를 받고 같은 부모밑에서 자라 환경도 거의 같은 쌍둥이도 서로 다르다. 따라서 자신의 행동을 적대적인/무심한 타인에게 이해시키려면 의사소통을 해서 전달해야하는데, 가장 주요한 소통수단이 말이다. 그래서 같은 언어를 쓴다는 것만으로도 그리 강한 민족주의가 형성되는지도 모를 일이다.

  말은 함부로 해서는 아무것도 전달되지 않는다. 상대방이 이해하고 납득하도록 해야 말이다. 납득하려면 그 말이 옳다고 생각해야한다. 감각할 수 있는 것이 무척 적은 인간들은 항상 옳을 수 밖에 없는 길을 따라 자신이 가진 '옳음'을 늘려가는 수 밖에 없는데, 그 길이 '논리'이며, 그건 마치 스도쿠의 주어진 숫자를 가지고 81칸을 메우는 것과 비슷한 것이다. 

  이런 영화들이 있어도, 나는 그나마 논리의 결과를 믿으며 살 수밖에 없겠지, 그래도 전제가 옳다면 옳은 결론이 나올테니까. 나는 내가 믿는게 다다. 그러니까 정말, 신중하게 믿는 걸 고를 수 밖에 없겠지. 내가 고르는 동안 무서운 사람들이 '뭘 믿어야 한다!'라고 강요하는 일만 없기를 간절히 빌며,..

  상식과 논리에 대한 영화. 우정에 대한 영화. 맹목의 짜증남에 대한 영화, 인간에 대한 영화, 말 그대로, '지구'의 인간에 대한 영화.

by yves | 2008/09/03 21:34 | A# | 트랙백 | 덧글(0)

My Blueberry Nights (2007)

  왕가위 감독의 영화는, 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려고 하는데 라디오에서 Christina Branco의 Abalara가 흘러나오면서 나의 집중력을 흐트려놓고 말았다. 어쨌든 이 영화는 본지 2주일쯤 된 것 같고, 희미한 기억을 더듬으며 적기 때문에 여러가지가 명확치 않을 예정.

포스터


  처음으로 영화가 매혹적이라고 생각하게 한 영화가 바로 화양연화다. 돌이켜보면 그때야말로 화양연화였구나 싶다. 얼마전에 다시 봤더니 내가 변한건지 그렇게 매혹적이진 않더라. 하여튼 첼로와 왕가위의 감성은 매우 닮았구나 생각했었다. 마이블루베리나이츠 (이하 블루베리)는 Norah Jones의 the Story말고도 화양연화의 주제곡을 배경음악으로 쓰는데, 버젼이 다르다. 훨씬 Rock과 가까워진 느낌-_- 아니면 내가 싫어하는 트렌디한 느낌의 fusion jazz느낌.-_-

  영화는 왕가위스럽다. 하지만, 음악이 바뀐 것과 같은 Trendy한 느낌이 전반적으로 도입되어 기분나쁘다. 사람도, 음악도, 그렇게 변하는게 안타까운데 영화도 이렇다니-_- 하긴 영화자체가 대중적인 문화의 대표격인데 말도 안되는 이야기인가.

  마음을 치유하는 방법, 사람을 대하는 방법, 자라는 이야기, 매력적인 아가씨, 그래, 이 영화엔 Norah Jones와 Natalie Portman이 나온다. 그럭저럭, 그래서 꼴딱꼴딱 넘어가는 영화.

by yves | 2008/09/01 12:25 | Fb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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