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10월 08일
듄(Dune)(1963~1985)

Frank Herbert의 길고 긴 대하 역사 드라마 SF 소설이다. 몇만년쯤 되는 시간에 대해 쓰고 있고 배경은 어떤 은하계. 광대하다 못해 머리가 터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주 무대는 소설의 제목과도 같은 dune이라는 행성이다. 수많은 문화와 역사, 사람들을 참조하여 쓰여졌다는 것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약간 백과사전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로 디테일이 상세하다. 주인공이 되는 가문 아트레이드는 이집트의 파라오와 미케네의 아가멤논의 후손이라는 설정이므로 지구의 먼, 먼 미래에 관한 이야기라고도 할 수 있다.
인간이 내리는 결정 하나에 대한 의미를 재고해 볼 수 있도록 만드는 책. 단기에 유용한 결정은 장기적으로 반드시 나쁘다고 한다. 하지만 어떤 시간도 그보다 더 긴 시간을 놓고 볼 때 단기적이 될 수 있다. 인류는 과연 얼마나 존속하길 바라는가? 인간이 내다보는 시간은 얼마일까. 우리의 생애는 고작 100년도 안되는데 우리는 우리의 유전자 속에 정말로 기억되고 있을까? 유전자가 존속되면 우리도 존속한다 할 수 있을까, 이 책에서 그리는 것처럼 조상들의 기억을 모두 깨울 수 있는자가 과연 나타날까, 그 때가 되면 후손의 몸 속에서 다시 깨어날 수 있는걸까- 그럴리가.
듄은 모래행성이며, 인간이 살아남기에 부적합하다. 따라서 우주에서 가장 강한 민족이 자라날 수 있었다. 지하드가 일어나고 강한 민족 프레멘은 우주를 정복한다. 고대 우리는 모두 전사였으며 살아남기 위해 몸과 마음을 벼뤘다. 말랑말랑한 센티멘탈리즘따윈 사치에 불과한 것이다. 우리는 본성이 잔혹하며 낭비를 싫어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쟎으면 도태될 수 밖에 없으니까. 살아있는 지금의 인류들은 솎아진 사람들의 후손이다. 하지만 물질이 풍족해지면서 인류는 나태해졌다. 과연 이대로도 발전할 수 있을까? 인간은 편리하고 평온한 삶을 추구하는 경향이 있는데 과연 그것은 올바른 길일까? 개인적으로도, 집단적으로도. 우리는 고통속에서 더욱 날카롭게 벼려질 수 있도록 우리 자신을 가혹한 환경에 노출시켜야 하지 않을까?
한편, 배경이 은하계가 되어도 여러가지 이익집단들은 반드시 존재하며 각자 무기로 삼고 있는 것이 다르다. 우선 항성간 운행을 맡고 있는 '조합', 행성을 지배하는 대가문들의 집단 '랜스그라드', 여러 문제에 대한 컨설팅, 역사가, 지도자 교육, 배우자 제공 등을 하며 우성 교배실험을 수행중인 여자들의 집단 '베네-게세리트', 전자, 기계공학 등 기술담당 '익스', 생체 실험 등 비틀린 과학 수행지 '틀레이랙스', 거대 주식회사 '초암', 그리고 황제의 가문 - 처음에는 코리노, 나중에는 아트레이드.
이 은하계에서 돈보다 중요한 물질은 멜란지라고도 불리는 스파이스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은 전 우주를 통틀어 듄에서밖에 생산되지 않는다. 노화방지력을 가지고 있으며 과량 섭취시 예지력을 가질 수 있는 potential이 있는 사람에게 미래의 커튼을 벗겨준다. 주인공이 되는 아트레이드 가문은 베네-게세리트가 90세대에 걸쳐 수행해 온 교배실험의 가장 중요한 가문이며, potential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예지력을 가지게 되며, 프레멘을 지휘하여 코리노로부터 황제의 자리를 빼앗는다.
조합은 운송력을, 랜스그라드는 정치력을, 베네게세리트는 종교와 신비주의, 배후의 힘을, 초암은 돈을, 익스와 틀레이랙스는 기술을, 황제는 절대적 군사력과 예지력을 바탕으로 각자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우주를 이끄려고 한다. 권력을 가진 집단의 목적을 향한 첨예한 대립. 말단이지만 결국 맡은 일에 대해서 전체를 대표하는 집단의 개인의 성향이 전체에 미치는 영향은 얼마나 될까? 상대방의 동기를 읽어내면 속임수 속의 속임수, 수레바퀴 속의 수레바퀴를 읽어낼 수 있다. 하지만 과연 이러한 속임수를 써 성취하려고 하는 큰 물결-목적을 선택하는 자들은 자신의 결정의 미래를 알고 있는걸까?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지를 내다보고 있는걸까-
인류 문명의 거의 모든 요소를 탐구해 볼 수 있는 책. 모든 성향의 사람들이 나오며, 어떤 문제를 바라보는 여러가지 관점을 배울 수 있다. 한편 환경과 생태학, 생물학, 인류학, 과학철학, 철학, 신학, 종교학, 윤리학, 문학 등 모든 분야에 걸친 상식을 필요로 하며, 읽는 동안 쌓거나 생각해볼수도 있다. 약간의 상상력을 발휘할 수만 있다면 광활한 은하계에 퍼진 인류(또는 진화한 어떤 것)의 미래를 누빌 수 있다. 6부작, 23권, 영화와 TV시리즈물로 제작되었으며 개인적으로는 2003년작 children of dune(책 3부에 해당)이 가장 완성도가 높다고 생각한다. 수많은 상의 수상작. 다른 문학/영화/음악 등에 큰 영향을 미친 SF의 고전.
# by | 2008/10/08 22:18 | C | 트랙백 | 덧글(0)










